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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철 ( http://dieBildung.net ) Date : 2018/01/28  Hit : 656  Recommend : 66   
 이 책을 읽고 일본의 교육제도가 부러워졌다. - 가토 요코,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서해문집)을 읽고.
이 책을 읽고 일본의 교육제도가 부러워졌다. - 가토 요코,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서해문집)을 읽고.

전쟁을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서만 파악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현재 및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삼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는 전혀 새롭지 않다. 오히려 가장 전형적인 역사학자의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전형적인 학자가 중고등학생과 질문을 주고 받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몇 가지 전쟁을 평가하는 모습은 낯설고도 부러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파리강화회의 뒷 이야기이다. 저자는 영국 재무부 수석대표로 참가한 경제학자 케인스가 자신의 전쟁 협상안을 거절한 미국의 태도를 일컬어 “부러진 갈대”라고 평하는 장면을 소개하며 자신의 강의를 듣는 중1부터 고2 사이의 청소년들에게 그 비유의 의미를 묻는다. 어느 학생이 주저 없이 철학자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생각하는 갈대’를 언급하지만, 저자는 구약성서의 어느 구절로부터 인용하였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세계사>적 사건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문학>적 수사법의 의미를 기성 학자와 청소년들이 나누는 모습을 보며 한 마디로 ‘부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질문을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이 같은 수준으로 대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해당 학생은 문과여야 한다. 한국사가 대입 필수과목으로 자리잡아서 이과 학생도 파리강화회의가 무엇인지는 알게 되긴 하였다. 그러나 케인스나 파스칼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사회탐구영역에서 해당 내용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냥 문과이기만 한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로 해당 학생은 대입 수능에서 <경제>를 사탐 선택과목으로 정해서 케인스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마지막 조건이 하나 더 있다. 파스칼을 알기 위해서는 <윤리와 사상> 또는 <생활과 윤리>를 선택해야 한다.

10여 년 전에는 여러 학문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하는 <통섭>을 역설하고, 요즘에는 <4차 산업혁명> 운운하며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시는 대한민국 교육 정책 담당자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작 대입 제도를 만들때면 사교육을 조장한다느니 수험생들의 부담이 크다느니 하는 말을 갖다 붙이며 탐구영역에서 단 두 과목만 선택하면 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 3년 동안 <세계사> 과목을 단 한 시간도 듣지 않고도 역사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기존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나치게 분과화된 우리나라의 입시제도가 요즘 문/이과 통합 지향을 통한 공통과정 학습, 생활기록부 및 자기소개서를 통한 학생의 관심사 확인 등으로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으로써 안그래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해야하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단순히 대학입시가 끝나면 쓸모 없어지는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의 <교양> 및 <창의적 사고력>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부를 하며 중고등학교시절을 지낼 수 있기를 이 책을 닫으며 희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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