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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철 ( http://dieBildung.net ) Date : 2007/02/14  Hit : 8984  Recommend : 1182   
 [[정신현상학]] 서문 강독 71주차: 문단 67~68
67-5~6. - 지식과 연구의 결여에 있어서 곧바로 철학의 소유가 세워지는 듯하고 후자[철학]는 전자[지식과 연구]가 시작하는 곳에서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철학]은 종종 형식적인 내용이 없는 지로 간주되고 내용상 그 어떤 지식과 학에서 진리인 것도 또한 그것[내용상 그 어떤 지식과 학에서 진리인 것]이 철학에 의하여 산출되었을 때에만 이 명칭[진리]에 상당할 수 있다는 통찰과; 다른 학이 논변으로써 철학 없이 아무리 그것[진리인 것]을 추구한다고 하여도 그것[철학] 없이는 생, 정신, 진리를 그것[다른 학] 안에서 가질 수 없다는 통찰이 심히 결여되어 있다.

68-1~3. 고유한 철학의 입장에서 보건대 우리[진정한 의미에서의 철학자]는 교양[도야]의 긴 도정 대신에, 정신이 지에 이르는 풍부하고도 심오한 운동 대신에, 신적인 것의 직접적 계시와 다른 지를 가지고도 고유한 철학적 사색을 가지고도 시도하지 않고 교양을 쌓지도 않는 건전한 상식이 곧바로 완전한 등가물로 그리고 이를테면 치커리가 커피의 대용물로 호평을 받고 있듯이 훌륭한 대용물로 간주되는 것을 목도한다. 자신의[무지와 조야함] 사유를 추상적 명제로, 더욱이나 더 많은 추상적 명제들의 연관으로 고정시키지도 못하는 무지와 형식도 없고 취미도 없는 조야함 자체가 한편으로는 사유의 자유요 관용이라고, 한편으로는 그러나 천재성이라고 단언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후자[천재성]는 지금 철학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주지하듯이 전에는 시에서도 유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천재성의 산출물이 의미를 가졌다면, 그것[천재성]이 시 대신에 낳아놓은 것은 진부한 산문이거나, 후자[산문]를 넘어서면 착란적인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


*

67-5. - 지식과 연구의 결여에 있어서 곧바로 철학의 소유가 세워지는 듯하고 후자[철학]는 전자[지식과 연구]가 시작하는 곳에서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67-5는 누구나 타고난 이성으로써 철학적 사색을 할 수 있고 철학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에서 본 철학에 대한 내용이다.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철학은 지식과 연구가 없어야 가능하다. 67-5를 읽고서 Hegel이 논변적 태도를 경멸하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Hegel이 제시하는 사변적 지식도 논변적 지식 없이 성립할 수는 없다. 논변적 지식을 바탕으로 삼는다는 것을 잊지 말 것.

“지식Kenntnis” - 분별지, 오성적 지. Kant의 이성에 해당.
“인식Erkenntnis” - 인식, 사변적 지.


67-6. 그것[철학]은 종종 형식적인 내용이 없는 지로 간주되고 내용상 그 어떤 지식과 학에서 진리인 것도 또한 그것[내용상 그 어떤 지식과 학에서 진리인 것]이 철학에 의하여 산출되었을 때에만 이 명칭[진리]에 상당할 수 있다는 통찰과; 다른 학이 논변으로써 철학 없이 아무리 그것[진리인 것]을 추구한다고 하여도 그것[철학] 없이는 생, 정신, 진리를 그것[다른 학] 안에서 가질 수 없다는 통찰이 심히 결여되어 있다.

67-6은 철학자의 오만이다. 모든 학문이 철학으로부터 나왔다고는 하나, 지금의 철학과 여타의 학문은 사실상 통약 불가능하다.

“통찰이 심히 결여되어 있다” - 철학 자신의 알리바이일 뿐이다. 어떤 학문이든 그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학문은 없다. 철학만이 유일하게 자기 정당화를 시도한다. 철학만이 자기 정체성을 묻는다. 철학이 태생적으로 처한 비극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어떤 철학자의 저서를 읽을 때 저서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 철학자가 철학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통찰 1: “그것[철학]은 종종 형식적인 내용이 없는 지로 간주되고 내용상 그 어떤 지식과 학에서 진리인 것도 또한 그것[내용상 그 어떤 지식과 학에서 진리인 것]이 철학에 의하여 산출되었을 때에만 이 명칭[진리]에 상당할 수 있다” - 철학과 다른 학문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다. 철학은 기초학으로서 다른 학의 저변에 놓여 있으며, 어떠한 학이든 철학적 음미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학문이 철학으로 통한다는 뜻으로 과잉 해석하지는 말 것.

통찰 2: “다른 학이 논변으로써 철학 없이 아무리 그것[진리인 것]을 추구한다고 하여도 그것[철학] 없이는 생, 정신, 진리를 그것[다른 학] 안에서 가질 수 없다” - 철학 없이는 Leben과 Geist를 가질 수 없다.

Leben과 Geist 개념은 무엇인가? [[정신현상학]]이 Hegel 청년기 최후의 저작인 만큼 [[엔치클로페디]]나 [[법철학]]이 아니라 [[청년기 신학논문]] 등에서 그 개념의 뜻을 찾아야 할 것이다.

Leben - 제도적으로 실정화(굳어져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되지 않은 activity. Hegel은 [기독교의 실정성]에서 기독교는 제도 속에 들어가 굳어진 전례만이 남아있는 도식적 종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어쨌든 여기서 Leben 개념이 쓰인 이유는 ‘철학을 통해야만 그것이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이다.

Geist - 1) 인간의 본질과 2) 세계의 본질을 뜻한다. Geist는 우선 1) 인간을 body와 soul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되, 이 중 soul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파악하는 인간의 본질을 뜻한다.

그리스인들이 ‘인간의 soma’라고 할 때 soma 안에는 body와 flesh(살덩어리)만이 아니라 psyche도 들어가 있다. 즉 mind의 대립어로서의 soma가 아니요, soma는 영혼+육체 덩어리를 뜻한다. 그런데 이 때 그 주도권은 body에 있다. Hegel의 Geist는 soma의 반대말이다. 즉 Geist는 body + soul 이지만 soul영혼에게 주도권이 있다. 이와 달리 Platon은 육체를 감옥으로, 즉 단지 flesh살덩어리로 간주하였다. body + soul로서 인간을 파악한 Hegel의 Geist 개념은 Descartes의 이원론을 넘어서 있다. Hegel은 mind와 body를 가진 총체적 존재로서의 인간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Geist는 또한 2) 인간이 세계 속에서 펼쳐 보이는 활동을 뜻한다. 이는 세계의 본질이요 객관적 정신의 영역일 것이다. 즉 역사, 법, 제도 속에서 구현되는 정신을 가리킨다. Hegel의 Geist 개념은 인간만이 아니라 세계의 본질에 까지 전개 된다.


68-1. 고유한 철학의 입장에서 보건대 우리[진정한 의미에서의 철학자]는 교양[도야]의 긴 도정 대신에, 정신이 지에 이르는 풍부하고도 심오한 운동 대신에, 신적인 것의 직접적 계시와 다른 지를 가지고도 고유한 철학적 사색을 가지고도 시도하지 않고 교양을 쌓지도 않는 건전한 상식이 곧바로 완전한 등가물로 그리고 이를테면 치커리가 커피의 대용물로 호평을 받고 있듯이 훌륭한 대용물로 간주되는 것을 목도한다.

“고유한 철학의 입장에서 보건대” - 철학이 본래 무엇이냐를 따지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신에” - ‘fuer’는 통상 ‘~에 대해서’의 뜻으로 쓰이지만, ‘~대신에’의 뜻으로도 쓰인다.

“교양[도야]의 긴 도정” - 우리가 body만 가진 게 아니라 body + soul 의 정신적 존재임을 깨닫고 나아가 세계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을 뜻한다.

‘Bildung’은 ‘교양’ 또는 ‘도야’로 번역할 수 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diebildung.net/bbs/view.php?id=scriptorium&page=9&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5

“정신이 지에 이르는” - 여기서 지는 절대적 지를 뜻한다. Hegel에서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신현상학]] 목차를 보자.

A. BEWUSSTSEIN [대상]의식
B. SELBSTBEWUSSTSEIN 자기의식
C. (AA) VERNUNFT 이성
(BB) DER GEIST 정신
(CC) DIE RELIGION 종교
(DD) DAS ABSOLUTE WISSEN 절대지

[[정신현상학]]은 크게 A, B, C로 이루어져 있다. A, B, C가 넓은 의미의 Geist요 넓은 의미의 Vernunft이기도 하다. 시작은 A 즉 [대상]의식의 단계이다. 사람은, 정신은 처음에 바깥에 있는 것밖에 모른다. 그래서 의식도 대상에 관한 의식이다. 그런데 이 정신이 돌아와서 자기에 대해 보기 시작한다. 이 때 자기의식이 시작된다. 이 정신이 이제 대상의식과 자기의식을 모두 가지고서 세상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Vernunft이성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를 C의 이성을 ‘사회적 이성’으로 부른다. 이것이 인간이 교양, 도야해나아가는 기나긴 도정이다.

목차에는 C. VERNUNFT가 아니라 C. (AA) VERNUNFT로 되어 있다. C 전체를 포괄하는 제목은 뭘까? 그것도 VERNUNFT이성이다. C 전체의 제목으로서의 VERNUNFT는 넓은 의미에서의 이성 즉 사회적 이성이고, (AA)의 제목으로서의 VERNUNFT는 좁은 의미에서의 이성 즉 Kant의 이성 개념으로 Hegel이 오성으로 규정하는 그 이성을 뜻한다. 선험적 Kategorie를 가지고서 외부 대상 및 개인적 차원에서의 도덕적 실천에 대해 음미하는 좁은 의미의 이성이다.

Kant적 의미의 좁은 이성을 지나면 (BB) DER GEIST 정신에 이른다. 이 정신은 사회 및 공동체에서의 정신을 뜻한다. 그래서 소제목 A가 ‘Der wahre Geist. Die Sittlichkeit. [좁은 의미의, 따라서 사회 및 공동체에서의] 참된 정신. 인륜성’으로 되어 있다.

‘성수야, 정신 차려!’ - 대상의식.
‘난 내가 자랑스럽다!’ - 자기의식.
‘그는 아무 곳에서나 똥을 눈다.’ - AA 결여.
‘이제부터 독재자의 딸을 지지할 테야!’ - BB 결여.

Hegel은 [[정신현상학]] 목차를 은근히 세계사의 과정과 연관지어 구성하였다. (BB) DER GEIST 정도 오면 근대에 도달한 셈이다. 이뽈리뜨는 [[정신현상학]]은 개인의 의식의 경험의 학이면서 동시에 정신의 세계사이기도 하다고 평한 바 있다.


철학 행세하는 두 가지 유형 - 1) “신적인 것의 직접적 계시”, 2) 다른 지를 가지고도 고유한 철학적 사색을 가지고도 시도하지 않고 교양을 쌓지도 않는 건전한 상식 - 치커리 주제에 커피인 척 하는 짓. 당췌 Hegel은 왜 치커리 등의 비유를 드는 걸까. 오바대마왕.


68-2. 자신의[무지와 조야함] 사유를 추상적 명제로, 더욱이나 더 많은 추상적 명제들의 연관으로 고정시키지도 못하는 무지와 형식도 없고 취미도 없는 조야함 자체가 한편으로는 사유의 자유요 관용이라고, 한편으로는 그러나 천재성이라고 단언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68-3. 후자[천재성]는 지금 철학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주지하듯이 전에는 시에서도 유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천재성의 산출물이 의미를 가졌다면, 그것[천재성]이 시 대신에 낳아놓은 것은 진부한 산문이거나, 후자[산문]를 넘어서면 착란적인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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